편의점 콜라값은 100원 단위까지 맞히는 사람도, "금 1온스 얼마?" 하면 입이 막힌다. 둘 다 그냥 가격인데 왜 그럴까. 뇌가 가격을 계산이 아니라 기억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. 익숙한 가격엔 강하고, 낯설면 그냥 멈춘다. 핵심은 그 멈추는 방식이 사람마다 제각각이 아니라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어긋난다는 거다. 50년치 심리학 실험이 그 패턴에 이름을 붙여놨다. 하나씩 보자.
룰렛 숫자가 정답을 끌고 간다 — 앵커링
1974년, Tversky와 Kahneman이 좀 황당한 실험을 했다. 사람들에게 룰렛을 돌리게 한다(사실 10이나 65에서 멈추도록 조작돼 있다). 그러고 묻는다. "UN 회원국 중 아프리카 국가 비율은?" 룰렛이 10에서 멈춘 사람들은 평균 25%, 65에서 멈춘 사람들은 45%라고 답했다. 룰렛이랑 아프리카가 아무 상관 없다는 걸 다들 알면서도 방금 본 숫자에 끌려갔다.
가격에선 이게 더 세게 먹힌다. 1987년 Northcraft와 Neale은 부동산 전문가 47명에게 똑같은 집을 보여주면서, 한쪽엔 호가 $149,900, 다른 쪽엔 $119,900만 다르게 줬다. 추정 매매가가 평균 $13,200, 약 11% 벌어졌다. 경력 20년도 호가라는 닻을 못 벗어났다는 얘기다. 더 무서운 건 2006년 Englich의 연구다. 독일 판사 87명에게 사건 자료를 주고, 주사위를 굴리게 한 뒤 형량을 정하라고 했다. 주사위가 3이 나온 판사는 평균 5.3개월, 9가 나온 판사는 7.8개월을 매겼다. 판사가 주사위에 47% 흔들린 거다.
"알면 안 당하는 거 아냐?" 1996년 Wilson이 정확히 그걸 실험했는데, 미리 경고해줘도 효과는 27%밖에 안 줄었다. 70%는 그대로 남는다. 머리로 안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, 숫자를 보는 순간 자동으로 도는 처리라는 뜻이다.
백만이랑 조를 뇌는 거의 똑같이 느낀다 — 스케일 둔감
100과 1,000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. 그런데 $1,000,000(백만)과 $1,000,000,000(십억)은? 둘 다 그냥 "엄청 큰 돈"이다. 실제로는 1,000배 차이인데도. 2003년 Hsee의 실험이 깔끔하다. "1,000명을 살리는 정책"과 "100,000명을 살리는 정책"을 나란히 두면 차이가 또렷한데, 따로따로 평가하게 하면 지지율이 거의 같았다. 100배도 따로 보면 못 느낀다.
뇌를 직접 들여다본 연구도 있다. Dehaene(1997)에 따르면 큰 수를 어림하는 두정엽 부위는 절대값이 아니라 비율로 반응한다. 10 대 20을 비교할 때와 100만 대 200만을 비교할 때의 뇌 반응이 통계적으로 같다. PriceGuess의 Higher or Lower에서 NVIDIA($3.3T)와 Tesla($800B)를 두고 "한 2배쯤?" 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4배다. 둘 다 "조 단위"라는 한 칸에 묻혀서 그 안의 비율이 안 잡히는 거다.
